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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전성시대다. 문자 그대로 남녀 노소를 불문하고 손에 스마트폰을 쥐지 않고 살아가는 인류를 찾기 힘든 그야말로 스마트폰사피엔스들이 득실대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이 기묘한 시대에 가장 중요한 무기나 다름없는 자신의 스마트폰이 느려진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한 두 푼으로 살 수 있는 기기도 아니고, 고작 몇 년 지난 것 뿐인데 남들보다 훨씬 느리게 동작하는 내 전화기, 왜 너는 느린거냐?

오죽하면 카더라 소문에서는 스마트폰 제조 업체들이 의도적으로 약정 기간에 해당하는 2년을 주기로 성능이나 기능을 떨어뜨려 새 수요를 창출한다는 도시괴담(?)마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분명 느려지는 것은 맞는 거 같은데, 이 소문을 믿을 수도 없고, 도대체 진실은 무엇인가?

굳이 기술적인 답을 가지고 오지 않더라도, 누구나 이해 할 만한 수준에서 답을 알려 드릴 수 있다. 우선 알야 할 것은 운영체제라는 표현이다. 스마트폰은 그 이전의 전화기와 달리 컴퓨터와 동일한 수준의 운영체제로 불리는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있다. 이 운영체제가 하는 일은 이를 쓰는 입장에선 매우 간단하다. 물론 그 속내야 얼마나 복잡하고 정신 사나울까만은, 우리가 그런 것 까지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니 간단하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카메라 앱을 켠다고 하자. 우리는 카메라 앱이 카메라를 보여준다고 생각하지만, 휴대폰 안에서는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카메라 앱이 하는 일은 스마트폰의 운영체제에게 “나 지금 카메라를 좀 써야 해” 라고 알려주는 것이다. 그럼 운영체제가 카메라에게 접근해 영상을 가져온다. 가져온 영상은 그걸 부탁했던 카메라 앱에게 전달되고, 카메라 앱은 이렇게 가져온 영상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전화 앱 역시 마찬가지로, 우리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마이크를 사용하겠다고 운영체제에게 전달한다. 상대방의 목소리가 도착하면 이를 스피커로 들리게 해주는 것 또한 운영체제에게 부탁해야 한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어떤 앱도 운영체제를 통하지 않고 동작할 수 있는 앱은 없다. 이렇듯, 운영체제는 앱과 스마트폰의 각 기기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운영체제의 역할이 이렇다 보니, 새로운 기능이 추가될 때 마다 운영체제는 업데이트라는 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다. 새 기능을 앱이 쓰기 위해서 해당 기능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오늘 주제인 구형 폰이 느려지는 이유가 생겨난다.

카메라 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새로운 스마트폰이 나올 때 마다 운영체제는 새 렌즈가 지원하는 기능들을 업데이트해서 나온다. 여기에 따라 카메라 앱 역시 해당 기능을 추가해 업데이트를 하게 된다. 문제는 카메라 앱의 입장이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카메라 앱은 운영체제에게 그저 부탁을 할 뿐이다. 달라진 운영체제는 카메라 앱의 입장에선 관심이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운영체제의 입장에선 같은 부탁을 받아도 내부적으로 이걸 처리하는 방식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면 구형 폰에서는 영상을 받고 별다른 처리를 하지 않고 앱에 전달했다면, 성능이 좋아진 새 폰에서는 영상을 받아 한 번 새롭게 처리하고 앱에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업데이트를 통해 구형 폰의 운영체제가 신형 폰의 운영체제와 동일하게 동작하게 되면 이런 후처리 과정은 구형폰에게 꽤 큰 부담으로 다가 올 수 있다. 영상의 결과가 좋아질 순 있지만, 셔터 버튼을 누르고 바로 영상을 받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지연 시간을 가지고 영상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런 지연 시간이 사용자 입장에선 폰이 느려지는 것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

업데이트를 진행하면 할 수록 폰이 느려진다는 생각이 든다면, 많은 경우에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고 업데이트를 하지 않는다? 이것 또한 좋은 생각은 아니다. 때론 업데이트 덕분에 빨라지는 경우도 있으니까. 결국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폰을 바꾸는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결코 저렴하지 않은 기기를 10년 씩 쓰면 좋겠지만, 제조사 입장에선 한정된 시장의 소비자들이 이렇게 주머니를 닫는 것이 바람직하진 않을 터. 음모론이 얘기하듯 2년 약정 기간이 지나면 폰이 느려지게 만든다까지는 아니더라도 운영체제의 업데이트가 구형 폰이 왜 구형인지 알려준다는 것 만은 사실이다.

개인적으론 모든 앱의 상태가 상쾌하게 사용할 수 있는 상태의 폰이라면 중요 보안 업데이트가 아닌 이상 업데이트 하지 않을 것을 추천한다. 새로운 기능을 계속 써야하는 앱이 아니라면 상성이 잘 맞춰진 상태의 앱과 운영체제 조합을 버릴 이유가 있을까? 해서 제조사들이 보안 업데이트와 운영체제 업데이트를 별도로 운영해주길 바란다. 물론 그들은 인적, 시간적, 경제적 이유로 이 같은 입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은 생각이야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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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bette@gmail.com